1. 외부 염습 시 ‘남은 용품’의 종류와 실제 현장 상황
외부 염습을 나가면 항상 따라오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남은 용품 정리’예요. 입관에 사용된 용품 외에 쓰이지 않은 물품들이 꼭 한두 개씩 남거든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누구에게 인계해야 할지, 다시 챙겨와야 할지 판단이 애매할 때가 많아요. 현장에 따라 분위기도 다르고, 유족 반응도 달라서 상황별로 조금씩 유연하게 대처해야 해요.
가장 흔하게 남는 용품은 염포 여분, 남은 외올베, 수건, 마스크, 장갑, 혹은 남은 명정 종이 같은 소모품이에요. 어떤 장례식장은 ‘세트 구성’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여유분이 생기기 마련인데, 외부 염습에서는 보통 딱 필요한 것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남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실내가 좁거나 시간이 촉박한 경우엔 미리 준비해둔 것만 쓰고, 여유품은 아예 손도 안 대게 되죠.
또 고인 상태에 따라 용품 사용량이 달라지기도 해요. 예를 들어, 체구가 작거나 부종이 없는 경우엔 베개를 얇게 해도 되고, 얼굴 덮개나 손수건도 한 장만 쓰게 되면 자연스럽게 여분이 생겨요. 또는 유족 요청으로 특정 장식이나 구성품을 빼는 경우도 있고요. 간혹 유족이 고인과의 종교나 가치관을 이유로 일부 용품을 생략 요청할 때도 있기 때문에, 실 사용량은 예상과 다를 수 있어요.
유족이 용품 하나하나를 다 인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몰라요. 그래서 남은 용품을 유족에게 바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어떤 용품이 남았는지 정리해서 "이건 챙기실 수 있고, 이건 저희가 회수해 가겠습니다"라고 안내하는 방식이 가장 깔끔해요. 불필요하게 모든 걸 다 보여주는 건 유족에게 부담이 되거나 "왜 이게 남았냐"는 의문을 만들 수도 있거든요.
외부에서 염습하는 공간은 장례식장만큼 정돈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작업이 끝난 후 남은 물품이 섞이거나 유실되지 않게 정리하는 루틴이 매우 중요해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염습 전부터 ‘남을 수 있는 품목’을 염두에 두고, 미리 여분을 따로 봉투에 분류해 가져가는 습관이 있어요. 이건 뒷정리를 훨씬 수월하게 해줘요.
또 다른 동료와 협업할 경우엔 각자 담당하는 용품과 정리 위치를 정해두면 효율도 높고, 물품 누락도 줄어들어요.
2. 남은 용품 처리 기준과 유족 전달 시 말투 요령
남은 용품을 처리할 때 중요한 건 ‘어디까지 유족에게 전달할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예요. 단순히 남은 걸 다 드리는 게 아니라, 고인의 예우, 유족의 감정, 물품의 성격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고려해서 전달해야 해요.
기본적으로 유족에게 전달해도 되는 물품은 고인과 닿지 않은 소모품, 아직 포장된 상태 그대로인 물품들이에요. 예를 들어, 남은 수건이나 장갑, 명정 인쇄 실패본, 스티커류, 새 외올베 같은 건 전달이 가능해요. 반면, 염습에 사용되었거나 직접 닿은 물품은 절대 전달하지 않아요. 이미 고인에게 사용된 물품은 다시 유족에게 전달하지 않는 게 예의이기 때문이에요.
유족이 남은 물품을 챙기겠다고 먼저 말씀하신 경우엔, "이건 고인께 사용된 물품이라 가져가시기보다는 저희가 처리해드리는 게 좋습니다", "이건 사용되지 않아 남은 것이니 챙겨드릴 수 있어요"라고 구체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는 게 좋아요. 최대한 부드럽게, 판단은 유족에게 넘기되 기준은 명확히 설명하는 게 포인트예요.
또한 어떤 유족은 남은 물품이 뭐냐며 일일이 보자고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이럴 땐 절대 당황하지 말고, 미리 분류해둔 정리봉투를 보여드리면서 간결하게 설명하면 돼요. “이건 쓰지 않은 여분입니다”, “이건 사용된 거라 저희가 정리합니다” 식으로 짧고 단정하게. 굳이 모든 걸 꺼내서 하나하나 보여주는 건 혼란만 주기 쉬워요.
말투는 무엇보다 ‘정돈된 태도’가 중요해요. 괜히 미안한 듯, 얼버무리며 설명하면 오히려 유족이 더 의심하거나 불쾌해질 수 있어요. **“꼼꼼하게 챙겨드리기 위해 다시 확인 중입니다”, “사용 후 남은 여분은 정리해서 안내드리겠습니다”**처럼 부드럽지만 확신을 주는 말투가 좋아요. 유족은 장례지도사의 말투 하나에서도 신뢰를 판단하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건 기록을 남기는 습관이에요. 남은 용품이 어떤 게 있었고, 어떤 걸 유족에게 인계했는지 간단하게라도 메모해 두면 나중에 오해를 방지할 수 있어요. 특히 외부 염습은 단독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 모든 상황을 기록하는 게 자기 보호가 되기도 해요.
3. 현장 뒷정리 루틴과 용품 회수·보관 팁
외부 염습이 끝나고 나면, 고인의 마지막을 정리한 바로 그 자리를 어떻게 깔끔히 마무리하느냐도 장례지도사의 품격이 드러나는 부분이에요. 염습 자체도 중요하지만, 남은 용품을 처리하고 뒷정리하는 모습에서 유족의 신뢰가 완성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정리까지가 염습이다"라는 마인드로 움직여요. 용품 정리는 보통 아래 루틴으로 정리해요:
- 사용된 용품 / 미사용 용품 구분
눈에 보이는 대로 정리하지 않고, 사용된 용품은 즉시 폐기용 봉투에 넣고 묶어요. 손수건, 고정용 천, 장갑 등은 바로 분리수거 대상이에요. - 회수 가능한 재사용 물품 분리
예를 들어, 고정틀, 관 외부 장식 일부, 장례식장 전용 가위나 테이프 등은 다시 가져와야 하니까 따로 챙겨서 이동 가방에 넣어요. 특히 작은 물품은 빠뜨리기 쉬우니 한 번 더 체크해요. - 남은 여분은 ‘인계 봉투’와 ‘회수 봉투’로 나누기
유족에게 전달할 수 있는 여분은 투명 지퍼백이나 깨끗한 쇼핑백에 담고, 회수용은 뚜껑 달린 봉투나 포대에 넣어요. 구분된 상태로 들고 있어야 유족 설명할 때 당황하지 않아요. - 현장 마무리 청소
외부 염습 장소는 대부분 유족 자택, 요양원, 병원 같은 곳이라 꼭 물티슈, 쓰레기봉투, 소독제를 챙겨가서 마무리해요. 내가 다녀간 자리가 깔끔해야 유족도 ‘정성스럽다’고 느껴요. 특히 고인이 계셨던 자리 주변은 꼭 한 번 더 닦아야 잔여물이나 냄새가 남지 않아요.
그리고 이 모든 걸 끝낸 뒤, 차량에 타기 전 다시 한 번 정리된 봉투 상태를 점검해요. 특히 유족 인계용 물품이 있는 경우, 중간에 다른 짐과 섞이면 나중에 곤란해지니까요.
가능하다면 현장에서 바로 간단한 인계 리스트 사진을 찍어두는 것도 좋아요. 나중에 "그거 못 받았다", "그건 왜 안 가져갔냐" 같은 오해를 방지할 수 있어요.
여기에 더해, 염습이 끝난 후 바로 간단한 현장 일지나 메모를 남겨두는 습관도 좋아요. 어떤 상황이 있었고, 무엇을 챙겼는지 기억해두면 다음에 같은 장소에 다시 가게 되었을 때 큰 도움이 돼요.
이 모든 루틴은 결국 실수를 줄이고, 유족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장례지도사의 자기관리라고 생각해요. 남은 물품 하나까지 신중하게 대하는 태도가,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자 유족에게 전하는 무언의 존중이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