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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제사와 장례에서의 ‘전’과 ‘제’의 차이

by 시옹시 2025. 5. 23.

전통 제사와 장례에서의 '전'과 '제'의 차이

 

🧾 1. ‘전(奠)’과 ‘제(祭)’는 무엇이 다를까? – 단어에서 시작되는 이해

전통 장례문화에서 ‘전’(奠)과 ‘제’(祭)는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둘을 혼용하거나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례지도사나 유족이 “발인 전에 전을 지냅니다”, “하관 후 제를 드릴 거예요” 같은 말을 들을 때,
도대체 ‘전은 뭐고, 제는 뭘까?’ 헷갈릴 수밖에 없다.

먼저 의미를 정확히 살펴보자.


‘전(奠)’은 죽은 이에게 처음 술잔을 올리는 간단한 헌작 의례,
즉, 고인을 정중히 맞이하거나 떠나보낼 때 드리는 간단한 의식이다.
반면 ‘제(祭)’는 조상에게 올리는 정식 제사,
즉, 혼을 불러오고 절차에 맞춰 예를 올리는 전체 제의 절차를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전’은 헌작(술잔 올림) 중심의 간략 의식

‘제’는 음복, 축문, 헌작, 사배, 철변 등 절차를 갖춘 예식

이 둘은 목적도, 위치도, 참여하는 사람의 태도도 다르다.
‘전’은 장례 과정에서 일정한 흐름을 갖기 위한 정지動作 같은 것이고,
‘제’는 고인을 조상으로 모시는 상징적인 이정표다.

 

📍 한자 풀이로 더 깊이 보기

 

奠(전): 진정시킬 전, 정해 둘 전
술잔이나 제물을 차분히 올려놓는다는 의미.
즉, 아직 혼이 완전히 안착하지 않은 시점에서의 예비적인 예다.

 

祭(제): 제사 제
제단을 차리고 술과 음식을 올려 혼령을 불러오는 정식 예.
완전한 조상신으로 모시는 ‘인정’의 의미가 포함됨.

즉, ‘전’은 ‘혼이 도착하길 기다리는 정중한 요청’이고,
‘제’는 ‘이제 조상이 되었음을 공표하는 의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 2. 장례에서 ‘전’을 지내는 시점과 의미 – 헌작과 작별의 다리

전통 장례에서 ‘전’은 고인을 향한 작별 전의 예비 인사다.
입관이 완료된 뒤, 고인의 신위가 마련되면
대표 상주나 가족이 간단히 술을 올리며 인사를 드린다.
이걸 성복제(成服祭) 또는 초전(初奠)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통의 전례는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헌다(차 또는 술 올림)

상주의 2배례

묵념 또는 짧은 인사

헌작한 잔은 그대로 놓고, 축문은 생략하거나 짧게 읽음

이때는 아직 고인이 ‘조상’이 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축문도 간단하게, 분위기도 차분하고 짧게 진행된다.
이는 유족에게 정신을 가다듬고, 이별을 준비하는 예고가 된다.

 

전의 상징적 의미
‘전’은 실질적으로 고인의 마지막 모습을 인지하는 행위다.
시신을 관에 모시고, 옷을 입히고,
그 앞에 술 한 잔 올리며 “이제 보내드릴 준비가 되었다”는 말 없는 선언을 하는 것.
이건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많은 유족이 “입관은 했지만 아직 안 믿겨요”라고 말한다.
그런 상태에서 헌작을 하고, 절을 올리는 이 ‘전’은
그 감정을 인지 가능한 작별의 형태로 구체화해준다.

전은 언제, 어디서?
입관 직후: 고인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뒤

발인 직전: 상복 착용 후 마지막 인사

하관 전: 관을 내리기 직전 짧은 술잔 전

→ 이 모든 상황에서의 ‘전’은 정식 제사가 아니라,
작별과 고요함의 예비적 의례로 기능한다.

🧎 3. 장례 이후 ‘제’의 위치 – 조상이 되는 시간, 예가 다시 시작된다

장례가 끝나고 나면 고인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닌 조상이 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예식이 바로 ‘제(祭)’, 즉 발인제·하관제·탈상제 같은 의례들이다.
여기서는 고인을 혼령으로 ‘정식으로 모시는’ 행위가 이뤄진다.

 

장례 후 드리는 제사의 유형

 

발인제(發靷祭)

발인 직전 고인에게 마지막 인사를 올리는 정식 의례

축문 낭독, 헌작, 절, 묵념 순으로 진행

이때는 ‘전’과 달리 조상으로 인식된 고인을 모시는 태도

하관제(下棺祭)

하관 직후 묘소 앞에서 올리는 제사

음복 포함한 제물과 함께 제상 차림

가족 모두가 순서대로 절하며 작별

탈상제(脫喪祭) 또는 소상·대상제

장례 후 일정 기간(49일, 1년) 뒤 지내는 정식 제례

이때부터는 고인을 완전히 조상신으로 인식하고 제사에 포함됨

 

제의 상징성

‘제’는 ‘전’과 달리 완전한 조상으로 모시는 공식 선언이다.
이때는 단순히 보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가문을 지켜주세요”라는 요청이 담긴다.

즉, ‘전’이 유족의 감정 정리라면,
‘제’는 가족 구조 안에서 고인의 위치를 새롭게 설정하는 의례다.

장례지도사의 실전 멘트
“전은 고인을 떠나보내기 전 간단한 헌작이고요,
제는 장례 후 조상으로서 처음으로 드리는 예입니다.
시간과 형식 모두 다르고, 의미도 달라요.”

또는

“쉽게 말해 전은 ‘작별 인사’, 제는 ‘다시 모시는 예’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 정리하자면:

‘전’은 작별 전 조용한 인사,

‘제’는 조상이 된 고인께 드리는 예식

두 의례는 시간도 목적도 다르지만, 모두 고인을 향한 진심의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