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입관 준비 전, ‘이상 유무 체크’는 미리미리 하는 습관부터
입관식은 고인을 마지막으로 뵐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절대 실수가 있으면 안 되는 예식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입관 용품이 잘못 오거나 빠뜨려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죠. 저는 이런 돌발 상황을 줄이기 위해 입관 하루 전, 또는 최소 몇 시간 전에는 무조건 용품 확인을 먼저 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특히 외부 업체에서 수의 세트나 관, 명정, 고정틀 등이 따로 배송되는 경우에는 전체 구성이 제대로 왔는지 '체크리스트'를 기준으로 하나씩 꼼꼼히 확인해요.
예를 들어, 어떤 장례식장에서는 물류 담당이 자주 바뀌면서 수의가 여성용인데 남성용으로 온다든가, 사이즈가 잘못 오는 일이 빈번하더라고요. 저는 한 번, 유족이 직접 고른 하늘색 수의 대신 전혀 다른 색상의 수의가 온 적이 있었어요. 이걸 유족 앞에서 확인했더라면 큰 문제였을 텐데, 사전에 미리 체크해서 재배송 요청을 할 수 있었고, 유족에게는 티도 안 나게 처리했죠. 이 경험 이후로는 입관용품 확인을 ‘필수 절차’로 여기는 습관이 생겼어요.
명정은 특히 실수가 잦은 항목 중 하나입니다. 고인의 한자 이름이 틀리거나, 심지어 다른 고인의 명정이 섞여 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입관 전날, 명정 내용을 꼭 유족 상담 기록과 대조해서 재확인합니다. 눈으로만 보지 않고 직접 말로 읽어보면 오타를 더 잘 잡을 수 있더라고요.
관 내부에 들어가는 소품들도 중요해요. 베개, 외올베, 결관용 염포, 속덮개 등은 작은 것 같아도 하나라도 빠지면 당황하게 됩니다. 입관식은 정해진 시간 내에 딱 맞춰야 하는 예식이기 때문에, 저는 물품 하나하나를 '시간과 예의를 지키는 장비'라고 생각해요. 그걸 준비하는 게 고인에 대한 마지막 예우고, 유족에게는 ‘믿고 맡겨도 되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되죠. 완벽한 준비는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작은 반복이 쌓인 습관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 2. 오배송 발생 시, 침착하게 판단하고 빠르게 행동하는 스텝별 대처법
입관용품이 잘못 왔을 때는 ‘아 망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당황하지 않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게 뭘까?”를 판단하는 겁니다. 관이 잘못 온 거라면 입관 자체가 불가능하니 최우선 교체 요청을 해야 하고, 명정이 빠졌다면 입관은 가능하되 당장은 대체용이라도 급히 만들어야 하죠. 즉, “시간 내에 예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세우는 판단력이 핵심이에요.
저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지역 내 거래하는 업체 번호를 항상 저장해두고, 재배송이 가능한 시간대도 정리해놔요. 평일/주말 구분 없이 연락 가능한 시간까지 알아두면 훨씬 빠르게 대처할 수 있거든요. 한 번은 수의가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잘못 온 적이 있었는데, 입관 2시간 전이었어요. 업체랑 바로 통화해서 위치 확인한 뒤, 제가 직접 픽업을 갔고 무사히 시간 맞춰 입관을 마칠 수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유족이 알게 되면 큰 혼란이 생기니까, 티 나지 않게 처리하는 센스와 순발력이 중요해요.
그리고 장례식장 자체적으로 '비상용 키트'를 준비해두는 게 정말 도움이 돼요. 수의 한 벌, 명정 공백, 베개, 외올베, 염포 등은 간단한 구성으로라도 여분을 만들어두면 웬만한 실수는 바로 복구가 가능해요. 저는 아예 ‘빠질 가능성이 높은 용품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체크합니다. 예를 들어, 손수건이나 관 안에 들어가는 장식이 종종 누락되는데, 이건 식당이나 다른 빈소에서 임시 조달도 가능하니 대체 가능한 품목과 불가능한 품목을 분류해두는 게 좋아요.
현장에서는 일분 일초가 급해요.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빠르게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으려면, 미리 익혀둔 시나리오와 경험이 정말 큰 힘이 돼요. 결국 이런 위기 대응이 지도사로서의 진짜 실력이자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 3. 유족에게 알리는 방법과, ‘안심’까지 책임지는 마무리 태도
현장에서 오배송이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걸 유족에게 낱낱이 설명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너무 자세히 말하면 오히려 불안감과 불신만 키우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핵심은 "유족이 안심할 수 있도록 조용히, 그리고 확실히 마무리해주는 것"이에요.
유족에게는 “필요한 준비물을 다시 확인하던 중, 약간의 보완이 필요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부드럽게 강조합니다. 만약 유족이 예민한 상황이라면, 말투나 표정에도 특히 더 신경 써야 해요. 입관식은 유족 입장에서도 감정이 가장 격해질 수 있는 순간이기 때문에, 말보다 눈빛이나 행동에서 ‘괜찮습니다’라는 확신을 줘야 해요.
정말 꼭 설명해야 할 상황이라면, 솔직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로 책임감 있게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명정이 틀린 경우 “이름 오타가 발견되어, 지금 바로 다시 인쇄해서 정확하게 준비 중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유족도 불안해하지 않아요. ‘죄송합니다’보다 ‘조치 중입니다, 책임지겠습니다’라는 태도가 더 신뢰를 주는 말이죠.
그리고 일이 다 끝난 뒤, 조용히 유족에게 “지금까지 점검 다 끝냈고, 이상 없이 준비됐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한 번 더 말해주면 정말 좋아요. 그 한 마디가 유족의 불안함을 잠재우고, 마음의 짐을 조금 덜어주는 효과가 있어요. 제가 만났던 유족 중 어떤 분은 나중에 감사 인사로 “그날은 정말 아무 걱정도 안 들게 해줘서 고마웠어요”라고 말해주셨는데, 그 순간이 제게도 큰 위로가 되었어요.
그 한 마디가 장례지도사로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를 다시금 상기시켜줘요. 끝까지 유족의 마음을 놓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배려라고 생각해요.